더 로드 - 현실적인 세기말 묘사...
review 2010/01/1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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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이 유명하지만 읽지는 않았고, 영화도 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찌하다보니 보게 되었다.
대강 세기말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라는 정도의 사전 정보만 가지고 봤는데...
꽤나 괜찮았던 영화라고 생각된다.
영화는 그다지 친절하게 상황 설명을 하지 않는다.
대신 관객이 현재 상황을 알아차리게끔 만든다.
요즘 헐리웃 B급 블록버스터들이 다소 시시콜콜할 정도로 초반 설명을 늘어놓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가끔 등장하는 꿈과 현실의 전환도 그 경계가 없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꿈이었는지 관객이 알기에 어렵지 않다.
바로 이런 것이 연출의 힘이 아닌가 싶다.
이미 세계는 멸망한 시점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무엇때문에 멸망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간간히 나오는 대사로 알 수 있듯이,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자연의 심판이 있었던 듯 하다.
인간 이외에 살아있는 생명체는 없다.
흙이 죽고, 물이 죽고, 공기가 죽은 것이 아닐까 싶다.
뿌리까지 말라버린 거목들은 지축을 흔들면서 쓰러져간다.
살아남은 인간들이 식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멸망하기전 만들어진 통조림이나 건조식품,
그리고 다른 인간.
이름도 나오지 않는 남자(비고 모르텐슨 -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역)는 그의 아들과 함께 남쪽을 향해 가고 있다.
남쪽 지방이 멸망의 재화에서 빗겨갔을 것이라는 아무런 정보나 희망도 없지만...
그는 그래도 남쪽을 향해 내려가고 있다.
그는 왜 남쪽을 향해 내려가는 걸까?
그 곳은 좀 더 살만할 것이라는 어떤 막연한 기대감? 아니면 아내의 유언이라서?
원작을 읽지는 않았지만, 그는 아들 때문에 남행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들 때문에 살아갈 희망이 있고, 살아가기 위해선 약탈자들을 피해 어딘가로 계속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닐까...
남자는 아들에게 마음속 불꽃을 잃어버리지 말라고 말한다.
아무런 희망을 바라볼 수 없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가슴속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마치 판도라의 상자에서 마지막에 희망이 남아있었듯이 말이다.
아버지에게 아들은 특별한 존재이겠지만, 이 영화에서 아들은 그것보다도 좀 더 특별한 존재이다.
거의 대부분의 인간들이 인간성을 상실한(그 원인이 폭력성이든 두려움이든...) 시대에
오직 아들만이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려 한다.
물건을 도둑질해간 사람을 용서해주려하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어한다.
(남자에게 다른 사람이란 두려움과 경계의 대상일 뿐이다.)
오직 아들만이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고 있다.
멸망한 세대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상징한다고 해야 할까?
멸망한 세대의 존재인 남자는 결국 아들을 떠날 수 밖에 없게 되고
아들은 또 다른 가족을 만나면서 희망을 이어가게 된다.
ps : 영화는 메시아 코드를 차용하고 있지만 반성서적이라고 볼 정도까지는 아닌 듯...
결국 신은 없고 인간이 희망이다 라는 결론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재앙의 시작이 인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단지 휴머니즘에 의한 결론을 내렸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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